어느 순간부터 차에 푹 빠졌다. 차. tea. 茶
아마도 중국에 다녀오고부터였다. 중국에서 선물로 사 올 차(茶)를 몇 번씩 사다가 나도 차에 관심이 생겼고, 캠핑 가서 새벽에 새소리 들으며 마시는 차 맛이 너무 좋았어서 캠핑용 다구세트를 사야지 하던게 화근이었다. 우연히 둘러본 몰에서 보이차를 호갱(?)행위로 나를 어느 한 가게로 이끌었고, 그 가게에서는 다양한 많은 중국식 다구들을 보고 내 마음을 뺏겨버렸다. 결국 그곳에서 산 다구와 호텔에서 산 다구. 그리고 공항에서 산 보이차. 그렇게 한국에 들고 와 보니 다구 세트가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그때부터 나의 차 사랑이 시작된 것 같다.
두 번째 화근은 바로 안국동이었다. 안국동을 오랜만에 구경하다가 우연히 들른 한 찻집에서 찻자리. 라는 것의 묘미를 알아버린 것이다. 나는 그냥 가성비 좋은 다구를 판다길래 들어가보았고 단지 구경을 하고 있었을 뿐인데 한잔 마셔보라며 내어주신 차를 마셔보고 옆 자리에선 다른 분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시는데, 아마도 그 때 그곳,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차의 매력에 다시 한번 더 빠지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그 날 '다회'라는 단어도 처음 들어봤다. 홍차가 이렇게 맛있는 건지도 그집에서 처음 느꼈다. 그렇게 차의 매력에 빠지고 나서, 차 박람회를 가기 시작했다. 작가님들의 도자기에 또 빠지게 된다. 그곳에서 내어주시는 차 맛도 좋았다.
그렇게 나는 차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소셜 미디어에서 내가 팔로우 하고 있는 분들 중 몇몇 분이 차를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해외에서의 승무원의 삶을 보내다 돌아온 serena 라는 님을 내가 언제부터 팔로우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블로그부터 이웃을 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는 인스타그램도 팔로우해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렇게 최근에 급속도로 차의 매력에 빠지고 있을 때 불을 지펴준 건 바로 이 serana 님 덕분이었다. 인사동에서 하는 찻잔 전시회를 릴스로 올려주신 걸 보고 가보고 너무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그때부터 차박람회도 다니기 시작했던 것이다.
좋은 정보를 알려주어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기고 책도 한번 보겠다는 인사도 남겼던 것 같은데, 그냥 스쳐지나갈 수 있는데 댓글을 남겨 주어 감사하다는 serena님의 대댓글이 달렸고, 왠지 모르게 이 사람 선하고 좋은 분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이 책을 펼쳐 들게 되었는데. 첫 구절부터 내가 차의 매력에 대해 생각하던 것과 99% 일치하는 공감가는 문구로 시작해 주셔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렇게 점점 더 이 책에 빠져들었고, serena 님의 매력에 빠져 들었고, 차의 매력에 더 빠져들었다. 이 책을 밖에서 읽는 동안 얼마나 집에 있는 차가 생각나던지, 집에 가서 얼른 차를 마시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차를 내리고 이 글을 쓴다.
// 차를 마시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차는 도대체 어떤 힘이 있어서 생면부지의 사람과도 긴 시간 터놓고 이야기하도록 해주는 걸까요? 이전에는 또래 친구들을 주로 만났다면 '차'로 인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며 저마다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차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
집에 오기 전까지는 카페에도 있었는데, 이사오고 처음 가본 동네 카페였는데 이른 아침 조용한 분위기에 인테리어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시그니처 커피를 먹을까 그냥 차를 마실까 하다가 페퍼민트와 버터바 디저트를 먹었는데 이 책과 너무 잘 어울려 좋았다.
.................... 밑줄 긋기 ....................
차를 마시는 이유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차 자체의 본연의 맛이 좋아서, 누군가는 차를 우리는 ‘과정’이 정신 수양이나 힐링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차’ 자체보다는 ‘찻자리’를 더 사랑한다. 술 자체보다는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나도 어찌 보면 ‘차’보다는 찻자리의 분위기, 또 차를 통해 만난 사람과의 대화가 좋아서 차에 더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차 친구들과 찻집에 대한 정보를 나눌 때의 일이다. “새로 생긴 거기 찻집 가봤어? 분위기가 진짜 좋던데?” 하니 친구는 “거기 분위기도 좋고 차 맛도 좋았는데 뭐랄까 주인장분이 좀 차갑달까? 그래서 그 이후로 잘 안가게 됐어”라고 말했다. 곰곰이 생각했다. 카페를 갈 때는 커피 맛만 좋으면 되는 반면, 이상하게도 차는 ‘대화’가 중요하다. 차는 커피와 와인과 다르게 온기와 마음을 주고받는 음료이다.
p.31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버릇처럼 휴대전화를 컸다. 숏폼 영상의 바다에 자칫 파도를 잘못 타면 2~3시간 금방 길을 잃는다. 밤 열 시가 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씻으러 갈 때면 괜한 허무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차를 마시며 조금씩 나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차를 마실 때면 찻잎의 색과 우린 찻물의 수색, 향과 맛에 집중하게 된다. 차를 마실 때 ‘색, 향, 미’의 관점으로 차를 즐기라는 말이 있다. 찻잎을 바라보고 건잎의 행을 맡는다. 뜨거운 물로 한 번 예열한 다구에 건잎을 넣고 흔들어서 다시 한번 향을 맡아본다. 우려낸 찻물의 색을 관찰하고 젖은 찻잎의 향을 맡는다. 찻잔의 따스한 온기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차의 맛을 음미하는 과정까지. 그렇게 오감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고민은 잊히고 외부로 향한 나의 안테나는 점점 ‘나’로 향한다.
p.43
하동을 여행하게 되면 꼭 다원 투어를 해보시길 추천한다. 똑같은 녹차, 홍차라도 집집마다 다른 맛을 자랑한다. 집마다 김치, 장맛이 다르듯 차도 마찬가지다. 건조하는 시간, 온도, 차를 덖는 홧수 등에 따라 똑같은 찻잎임에도 다른 성격의 차가 완성되는 것이다. 어디는 구수한 맛, 어디는 깔끔하고 청량한 맛. 여러 다원을 비교해 보면서 내 입맛의 차를 찾아가는 과정이 참 즐겁다.
p.52
차가 맛있어지기 위해서는 일교차가 커야 한다. 추웠다가 더웠다가를 반복해야 차 나무가 강해지고 더 그윽한 향과 맛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우리의 인생처럼 밋밋한 삶보다 역경이 있는 삶이 맛있게 익어가는 것이라고 마치 차 나무가 교훈을 주는 것만 같다.
떼루아(토양이나 기후 조건)의 영향을 받는 차처럼 사람도 주변의 영향을 받는다. 주변의 영향을 받아 우리가 달라지듯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내가 달라진다.
p.86
태동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봄에는 푸릇한 녹차와 청향 우롱차가 생각난다. 녹차는 우전이라고 하여 24절기 중 하나인 곡우 4월 20일 전에 딴 찻잎으로 만든 차를 최고로 친다. 이른 봄 가장 먼저 딴 찻잎으로 만든 차라 하여 첫물 차라고도 부르는데, 겨우 내 숨겨 두었던 모든 에너지를 모아 처음으로 기지개를 켠 아이들이니만큼 귀할 만하다.
차에는 백차, 녹차, 황차, 청차(우롱차), 홍차, 흑차(보이차)가 있는데 대부분 차는 오래될수록 더 진귀하게 여겨진다. 그렇지만 딱 한 가지 종류의 차는 예외다. 바로 ‘녹차’이다. 녹차는 그 해 생산한 차를 최고로 치며 묵히지 않기를 권장한다. 녹차를 오래 보관하면 특유의 찌든 냄새가 난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최대한 녹차의 맛을 줄기기 위해서 그 해 생산한 ‘햇차’를 마시는 게 좋다.
p.89
조심스레 우린 녹차를 한 모금 마신다. 기분 좋은 반껍질 향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쌉싸름한 것이 해조류 같기도 하다. 적절한 감칠맛이 기분이 좋다. 다 마신 여린 녹차 잎은 버리지 않는다. 조선간장, 다진 마늘 살짝, 참기름, 깨를 넣어 조물조물 무쳐주면 녹차 잎 나물이 탄생한다. 밥과 비벼 먹거나 국수에도 고명으로 사용한다. 그야말로 버릴 것 없는 자연의 밥상이다.
p.90
나는 그중에서도 ‘전홍 대금침’이라는 중국 홍차가 가을이 되면 생각난다. 전홍은 중국 운남 홍차라는 뜻이고, 대금침이라는 이름은 노란 큰 바늘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건잎의 색부터 예쁜데 차를 우리면 노란빛의 수색이 꼭 은행잎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에는 이 차를 찾게 된다.
p.98
Tip.
카페인이 약하면 차를 마시지 못하나요?
차에는 카페인뿐만 아니라 테아닌이라는 성분이 동시에 들어있는데, 이 성분이 카페인의 흥분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줍니다. 차에는 카페인과 카페인을 억제하는 물질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차의 카페인은 커피 카페인처럼 빨리 흡수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카페인에 약하신 분들은 세처(찻잎에 뜨거운 물을 부어 10초를 넘기지 않고 재빠르게 따라내는 것)를 한 뒤 마시면 조금 더 적은 카페인으로 차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찻잎으로 만든 차가 아닌 호박차, 쑥차, 매화차 등 대용차는 카페인이 없어 언제든 마셔도 좋답니다.
p.101
2년간의 싱가포르 생활을 타의에 의해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가는 나를 보며 누군가는 동정하거나 혹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슬프기보다 후련했다. 오랜 해외 생활로 인해 한국이 그리워지는 시점이었고 관성처럼 이어 나가던 해외에서의 삶을 누군가가 대신해 고리를 끊어준 것 같아 오히려 감사했다.
싱가포르 생활에 도움을 주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차다. 서울만 한 크기의 작은 땅에서 생각보다 할 것이라곤 많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한 타지 생활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작은 불평이나 불만이 쌓여갔다. 언제까지 소중한 동료들에게 하소연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름지기 부정적인 에너지는 더 빨리 퍼지는 법이니까. 대신 넋두리하듯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혼자 조용히 차를 마셨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시간이 참 도움이 되었다.
p.112
지나가는 모든 와국인들에게 말을 걸던 아저씨에게 어떻게 그리 에너지가 넘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는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만의 3가지 방법을 말해주었다.
첫 번째, 좋은 사람들을 주위에 둘 것. 그는 사람을 금속에 비유하며, 평범한 금속도 불을 가까이하면 불처럼 뜨거워진다며, 좋은 사람을 곁에 두어야 나도 그런 사람이 된다고 했다.
두 번째는 그런 사람들에게 충고를 받는 것.
세 번째는 항상 깨여있어서 스스로 자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방법은 누군가 내 방문을 두드려”아침이야, 일어나!”하고 날 밖으로 나거게 해주는 것이라면, 세 번째 방법은 스스로 ‘이 방은 답답해, 나가서 상쾌한 공기를 마셔야겠네’라고 하면서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라는 비유를 했다. 그래서 항상 자각하고 깨어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누가 충고했을 때 그걸 알아차릴 수 있으려면 말이다.
아저씨는 내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이 사는 것을 보며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고 느끼라고 했다. 아저씨도 같이 눈물을 글썽이다가 진심으로 포옹을 해주며 말했다.
“세레나, 나의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즐거워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아.”
p.119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조승연 작가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햇빛이 잘 들어오는 창문 앞으로 간단다. 요가 매트를 깔고 15분에서 30분 정도 햇볕을 쬐며 누워 있는다. 인간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회적 성공도 아니고 인간관계도 아니고 일조량과 운동이라고 한다. 일조량이 적은 시카고에서 성공한 사람보다 하와이에서 가난하게 사는 사람이 오히려 전반적인 인생 만족도가 높다는 기사도 있다. 생각해 보니 싱가포르에서 우울한 일들이 있어도 그리 우울하게 기억되지 않았던 건, 날씨 덕분이었다. 화창하고 더운 날씨가 우울한 기분도 끌어 올려주는 느낌이었다.
p.128
내가 왜 차를 좋아하는지, 차의 매력에 나처럼 이런식으로 빠지게 된 사람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이 책을 읽길 잘한 것 같다. 다행히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연유로 대부분 차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serena 님을 언젠가 만나 꼭 따스한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세레나님의 따스한 차도 한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흔의 문장들, 유지현 (0) | 2024.08.04 |
---|---|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 심혜경 (0) | 2024.04.10 |
람보르기니 타는 부처를 위하여, THE VIBE (더 바이브), 이하영 (0) | 2024.04.08 |
호르몬과 건강의 비밀, 요하네스 뷔머Johannes Wimmer (3) | 2024.02.26 |
오프라인 사업만 10년 한 39세 김 사장은 어떻게 콘텐츠 부자가 됐을까? 자유리,신태순 (1) | 2024.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