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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습니다. 송성례



작가
송성례

느낀점
 이 책은 한 성공한 가게의 대표가 좋아하는 일로 성공을 하게된 배경, 과거 이야기, 사업을 하며 어떤 힘든 점이 있었는지를 세심하고 따뜻한 여성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다 보니 비교적 딱딱한 느낌의 자기계발서보다는 내 친구 얘기같고, 지인이 이야기 들려주는 것마냥 가까운 사람이 얘기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굳이 사업가들의 성공 사례라던지 실패 사례, 과거 경험담 등을 찾아보진 않았는데 우연히 도서관에서 내가 빌리려고 했던 책을 누군가가 빌려가버리는 바람에 무슨 책을 읽을까? 하고 기존에 읽고 싶었던 책 분류기호쪽으로 가서 그 근처 책들을 보다가 표지가 예뻐서 얻어 걸린 책이었는데, 한 페이지 페이지 넘기면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어 좋았다. 현재 나는 직장인이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도 없지만서도 직장에서 겪는 동료의 고민 등을 들어주다보니 이 책 내용과도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 친구에게도 소개시켜 주고 싶은. 어찌됐든 그만큼 나에겐 깨닳음을 많이 주는 책이었다는 것.
 이 책을 읽다 보니 동네 카페가 생각났다. 왠지 모르게 미술쪽을 전공하셨거나 미술쪽 업무를 진행할 것 같은 사장님. 카페도 겸해서 하시는 듯 했는데, 그 카페의 깔끔함은 물론이고 미적 감각이 정말 훌륭했다. 10평도 채 안되어 보이는 보이는 작은 공간에 예쁘게 자리를 세팅하고 커피를 내려주시는데, 담아주시는 잔이나, 커피 맛이나, 디저트 모양의 예쁨이나, 디저트 맛이나, 사장님 외모나,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모두 훌륭했기에 정말 인상적이었던 곳인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사장님의 본업(직장/전공)이 미술쪽이 맞다면 그걸 연계해서 이렇게 카페도 예쁘게 인테리어 하고, 음료를 내어드리는 잔도 예쁘게, 디저트도 예쁘게 만들어 성공을 하신게 아닌가 하는. 여기서 내가 그 카페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척도의 기준은, 유명한 핫플 동네가 아닌 거주지 골목에 위치한 카페였는데 사람들이 일부러 이곳을 방문하려고 지하철을 타고 와서 굳이 먹어보고 간다던지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사업이나 창업을 하려고 해도 만약 예쁘게 꾸미는 걸 잘하거나 그림을 잘 그리거나 등 예술을 전공한 사람에게는 이런 카페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가장 아프고 힘든 점을 토로하면 좋은 상대방은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좋은 상대가 아닌 사람은 비웃거나 이를 뒷담화를 하거나 안좋게 생각을 한다. 내가 안 좋은 얘기를 하면 상대방에게도 안 좋은 감정이 전염될거라는 생각과 부정적인 거 얘기해서 뭐해 굳이. 좋은 것만 얘기해야지, 하며 좋은 면모만 드러낸다면 나를 지켜보는 이들은 오히려 질투나 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상대방을 가려 가며, 좋은 사람에게는 나의 힘든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얘기를 하면 오히려 그런 질투나 샘보다 진심어린 걱정과 위로와 응원을 받을 수 있지도 않을까? 이 책을 읽다가 궁금해서 들어가본 써니브레드 블로그에는 작가의 더 힘든 현실이 드러나 있었는데, 그렇게 솔직하게 털어 놓음으로 인해 많은 팬분들에게 더 염려와 응원을 받고 계신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 속 작가가 10평 남짓 공간에서부터 시작한 만큼, 내가 좋아하는 다른 카페들 생각을 해봐도 아직 10평 남짓인데도 인기가 많은 카페를 보니 나도 언젠가 내 사업을 가지게 된다면 10평 남짓한 공간에서부터 차근차근 작은것부터 쌓아올려나가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너무 빨리 성공을 원치 말고 꾸준히 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에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비결은 없다고 느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생각을 해본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열정, 힘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하며 버티며 참고 견뎠던 것,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자기에게 맞지 않는 밀가루빵을 먹고 싶지 않아, 글루텐 프리 빵을 만든 것), 희소성 있는 사업 아이템.
 사실 대단히 유명한 사람도, 대단한 지식이 담겨 있는 것도, 책의 내용이 엄청 많은 것도 아닌 아주 들고 다니기 가볍고 작은 책, 고작 이 얇고 가벼운 책 하나가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줄 책이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어느부분에서는 큰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술술 잘 읽혀서 너무 좋았다. 
 
 잘 될 거야. 잘 될거야! 힘내자! 
 
 
 
 
밑줄 긋기
우리는 모두 로망을 갖고 살아요. 그렇기에 달콤한 꿈을 꾸고 행복한 상상을 합니다. 하지만 막상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게 되면 매일 이를 악물고 ‘하루만 더 버티자. 오늘만 버티자.’를 되새기며 몇 달을 지내고, 그러다 조금 괜찮아지면 숨을 한 번 고르고 또 반복해 달리고 또 달리게 돼요. 어릴 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왜 명작인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어른이 된 후 다시 읽어보니 정말 공감이 되는 책이더라고요. 꿈을 이루기 전의 달콤함은 꿈을 이룬 후 바로 사라지고, 꿈을 힘들게 이뤄도 그 꿈을 지키는 일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는 것을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불안해서 눈물이 나고 속이 뒤집히는 날에도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요. 매달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은 계속 나를 찾아오지만 어느 순간 그걸 즐기는 제 모습이 대견하죠.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라요. 좋아하는 일도 일이라서 쉽지 않고 매일 거대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지만, 좋아하는 일이기에 이를 악물고 버티게 됩니다. 말랑말랑한 줄 알았던 내가 거침없이 싸우며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 나도 몰랐던 나를 찾고, 내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힘들어도 그 안에서 행복을 찾을 만큼 단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요. 이 책이 많은 분들의 가려움을 긁어 드리고 또 용기를 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밀가루는 못 먹지만, 빵집을 하고 있는 저처럼 모든 분들이 좋아하는 일로 하루하루를 채우길 바랄게요!
p.8-9

밀가루, 통밀, 호밀 그리고 보리에 함유된 글루텐Gluten 이라는 단백질은 내 몸에 독이다. 몸 상태에 따라 매일 증상은 다르지만 밀가루로 만들어진 음식부터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통밀, 호밀도 글루텐이 들어 있는 곡물이기 때문에 먹으면 몸이 아프다. 몸 상태가 나쁠 때는 소맥(밀가루)을 소량 포함한 시중에 판매되는 고추장, 된장, 카레, 간장도 먹지 못한다. 컨디션이 좋으면 잠 못 아루는 정도의 두통으로 끝이 나지만 심하면 돌덩이가 대장을 긁는 고통을 나낀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더 심해져서 밀가루를 조금만 먹어도 쓰러지시곤 한다. 그래서 아버지와 내가 먹을 수 있는 ‘안전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글루텐프리 베이킹이 지금은 ‘주식회사 써니브레드’라는 빵집이자 글루텐프리 식품 회사가 되었다.
p.18

// 위기는 기회다 아는 말이 있듯이 내 몸에 안 맞는 것, 내가 싫어하는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기회로 삼아 그런 아이템을 사업으로 한다던지 취미에서 계발한다던지 해도 좋을 거 같다.

돈을 모으면서 돈이 안드는.. 유튜브/블로그 등..


빵이 너무 먹고 싶어서, 남들처럼 자유롭게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기에 순전히 나 자신을 위한 글루텐프리 베이킹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식소수자와 한국에 여행오거나 거주 중인 외국인 식 소수자들을 위해 빵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돈을 못 벌더라도 내가 만든 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빵을 만들며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살아보자.’ 는 생각으로 경기도 구리시에 8평짜리 공방을 임대해서 빵집을 시작했다. 참 신기하게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돈을 못 번다는 말이 쏙 들어가게 돈이 잘 잘 벌렸다. 덕분에 6개월 만에 구리의 8평짜리 공장에서 나와 서울 한남동의 3층 건물을 통 임대하여 5배가 넘는 월세를 내며 지금까지 장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12월에는 서울숲 근처로 확장 이전한다). 글루텐프리 빵집을 처음 시작한다고 했을 때 걱정하는 분들도 많았고,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번다는 게 쉽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빵집 매출뿐만 아니라 빵집 덕분이 창업 강위, 베이킹 클래스, 촬영 요청부터 책 출간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빵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내 경험을 공유하는 일도 좋아하는 일 목록에 추가되었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만 있다면 돈을 많이 못 벌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나오는 열정, 추진력과 성실함 덕분에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성장을 했다. 이제는 돈을 쫓지 않아도 돈이 따라올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한다.
p.19-20


요리와 베이킹에 대한 관심은 초등학교 때 생겼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지만 시각적으로 예민한 아이였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어도 머릿속으로 풍부하게 생상할 수 있는 책을 선호했다. 펴자마자 나의 상상력을 무한하게 채워주는 것이 늘 좋았다.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기에 요리 책이나 베이킹 책을 읽는 것도, 요리 채널을 시청하는 것도 좋아했다. 매주 토요일, 도서관에서 읽은 베이킹 책과 요리 책은 샐수 없을 정도였다. 5시간 넘도록 요리 채널을 보기도 했다. 베이킹 채널은 나에게 신세계였다. 사람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음식과 다양한 재료에 매료되었다. 나에겐 베이킹 쇼를 만드는 사람보다 그날 만들어지는 디저트와 반죽이 섞이고 만들어지는 과정이 더 마음에 와닿았다.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재료를 도마 위에 올려 칼로 자를 때 나는 소리부터, 냄비를 가스 위에 올린 후 스위치를 돌려 틱틱틱 불이 점화되는 소리,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 팬을 달군 후 식용유를 두르고 재료를 팬에 넣을 때 나는 경쾌한 소리,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 때 요리사가 들고 있는 스테인리스 집게와 조개들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까지. 시각과 청각이 완벽하게 만족이 되는 건 요리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요리 프로그램을 보다가 베이킹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면 나는 더 깊이 빠져들었다.
 예열한 오븐에 케이크 반죽을 넣고 차츰차츰 케이크가 부풀어 오르는 것을 구경하다가 타이머가 울리면 귀여운 오븐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꺼낸다. 카메라는 케이크에 가까이 줌인을 한다. '나도 해보고 싶다. 나도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 '먹고 싶다.'가 아닌 나도 저렇게 만드는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말이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베이킹 채널 애청자라면 모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처음엔 먹고 싶어서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가 영상에 빠져들다 보면, 만들어진 완성 제품보다는 만드는 과정이 더 보고 싶어지고, 케이크는 먹는 것보다 만드는 걸 보는 게 더 힐링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p.23-25
 
// 내가 좋아하는 부분도 이런 부분인데. 하는 생각이 드는 구절이 많았다. 특히 밑줄 친 부분은 나도 많이 좋아했으니까.
매주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집에서 밥먹고 보는 편스토랑 요리 채널이라던지, 집에서 만들어 먹는 봉골레 파스타 조리할때 집게와 조개들이 부딪치는 소리, 식용유 두른 팬에 계란이나 냉동 동그랑땡 올리면 촤악 하는 경쾌한 소리까지. 정말 요리나 베이킹은 청각과 시각이 어우러 지는 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베이킹 채널을 보고 느낀 점을 쓴 구절을 보고는,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최근에 만들었던 경험도 떠올랐다. 나도 카페에서 먹어보고 맛있어서 따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유튜브 채널을 보고 우연히 만들어본 첫 케이크. 예열한 오븐에 케이크 넣고 부풀어 오르는 것에 신기해 하다가 완성되면 나도 카메라 줌인 해서 사진도 찍고. 근데 그 만드는 과정 영상이 재밌어 보여서 영상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ㅎㅎ 
 어떻게 보면 책도 먹는 것을 다룬 책을 감명 깊게 읽은 걸로 보아, 나도 어쩌면 식품업계로 창업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기 시작한다.
 감명 깊게 읽은 먹는 것을 다룬 책 : ① 오늘도 나를 대접합니다/강효진, ② 다정한 매일매일/백수린
 
https://collectandrecord.tistory.com/7
 
 
 
 사람들이 신발을 보며 라인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처럼 나에게는 베이킹 도구의 라인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베이킹은 바로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귀한 재료로 베이킹을 하는 데에는 방과 후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말에 일어나자마자 꼭 만들어 보리라 다짐했다. 
p.29-31
 
 
 
 그날 저녁에 모두가 돌아왔을 때 내가 처음으로 만든 케이크를 먹자고 말했다. 마침 생일이었던 사라 언니는 케이크를 조금 잘라주면 남자 친구와 차 안에서 먹겠다고 했다. 몇 분 뒤 눈을 동그랗게 뜬 언니가 달려오며 말했다. '써니야, 뭐야 이거? 너무 맛있다! 하나만 더 줘! 그리고 생일 케이크 너무 고마워.'라고 말이다. 나는 너무 기뻐서 언니에게 케이크 한 조각을 더 잘라 줬다. 이 케이크는 내 레시피도 아니고 그냥 마트에서 산 케이크 믹스로 만들었지만 아무리 믹스 케이크라고 만들면서 들인 나의 정성이 너무도 컸다. 누군가가 내가 만든 케이크를 먹고 기뻐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평생 잊지 못할 감정을 느기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베이킹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p.34-35

 
 
 
  20대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찾은 사람, 30대는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 40대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한다.
p.42
 
 

 (베이비 시터, 유아 교육 등 일을 거치고 난 후...) 우리는 너무 많은 이유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포기한다. 아마도 좋아하는 일이 정말 없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좋아하고 시작할 용기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음식은 배가 불러도 먹으면서 좋아하는 일은 왜 이리 쉽게 내려놓는 걸까. '너는 좋아하는 일이 있고 좋아하는 일을 잘해서 너무 부러워. 돈 많이 버는 것보다 꿈을 찾은 네가 부러워.' 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냥 미소를 지으며 혼자 겪어온 과거의 일들을 빠르게 생각해본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찾고 좋아하는 일을 잘하기까지 수많은 덩굴을 헤쳐왔다. 그냥 운 좋게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도, 타고나서 잘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하루하루 열심히 쟁취하고 있다.p.50

 
 
 

 마음도 욕심도 내려놓고 날 불러주는 곳에 가서 일하면서 숨 쉬고 살 수만 있다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했다. '실패도 해봤고 내가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인데 어쩌겠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괜찮아. 그 속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자' 생각하며 욕심을 비웠다. 서서히 소소한 행복을 찾다 보니 어릴 때 좋아하던 베이킹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고, 블로그를 하면서 써니브레드의 첫 걸음을 뗐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유 없는 마음엔 시간이 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나무라는 것보단 인정하고 다독이는 것. 케이크처럼 달달한 스스로에 대한 인정과 위로가 나를 다시 꿈꾸게 해주었다.

p.54-55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하며 생각을 비우고 또 어떤 사람은 명상을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쇼핑이나 클럽에 가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는 빵이 그런 존재다. 빵집을 시작한 이후로는 불안정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빵을 굽는다. 
p.57
 
 
 가루가 여기저기 묻어 있는 볼, 반죽이 끈적끈적하게 묻어 테이블 위에 반죽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는 반죽기, 살짝 추운 날씨에 점점 굳어가고 있는 코코넛오일까지. 다시 제자리에 척척 정리를 하고 나면, 마음에 엉켰던 불안감이 나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향긋한 빵 냄새가 솔솔 날 때쯤 오븐 앞에 가면 동그랗게 부푼 빵을 볼 수 있다. 명상이 아닌 명상을 하듯 아무 생각 없이 빵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이 차분해진다. 
 빵이 식길 기다리는 동안에는 세척해놓은 반죽기를 꺼내 크림을 휘핑하고 짤주머니를 준비한다. 크림을 짤주머니에 담고 식은 빵을 테이블 위에 올린 후 마음껏 꾸미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자식을 돌보듯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빵을 바라보며 사진을 몇백 장 찍은 다음에야 시식을 한다.
p.58
 
 
 써니브레드에서 일하는 6일간은 '빵이 맛있다.'는 고객들의 말 한마디와 빵이 하나 둘 품절되어 가는 것을 보며 버틴다. 휴일엔 나와 함께해주는 빵에게 위로를 받으며 그 따듯함에 충전이 된다. 빵이 없었으면 '써니브레드'도 없었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버틸 수 있었을까?' 질문을 해본다. 더 이상 부모님께 투정을 부릴 수도 없어 걱정 말라는 말로 속 이야기를 감추고, 직원분들은 물론, 당연히 고객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터놓기 힘든 나의 속마음을 유일하게 숨기지 않고 위로해준 베이킹이 늘 너무 고맙다.
p.58
 
 
 

 좋아하는 일을 하는 모습을 부러워해주는 건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다. 스스로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는 건 혼자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주변의 시선과 칭찬 그리고 기대가 나를 더 자극시키고 성장하게 만든다. 힘들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많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이사이 행복을 찾을 만큼 난 나를 믿으니까. 처음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성공으로 다가가는 나의 모습을 보며, 인생이 완벽하고 행복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가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차피 내가 뭘 말해도 각자의 생각을 믿을 거, 그렇게 살아보지 뭐!' 라는 생각을 한다. 걱정이 없는 것처럼, 어떤 일이 닥쳐도 여유 있게 극복할 것처럼, 평생 행복할 것처럼. 영 앤 리치는 젊고 돈이 많은 게 아니라 젊음의 가치를 가장 높인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난 영 앤 리치 리치다!

p.66
 
 
 
 월세 75만원인 작은 공방에서 많은 주문량으로 인해 잠은커녕 소변도 참고 빵을 만들어 택배를 포장해야 했다. '주문 폭주, 택배 지연' 이라는 말도 모를 정도로 순진했더 나는, 하루에 몇백 개의 빵을 만들고, 포장하고, 보내면서 조금만 실수를 해도 움츠러들었다. 못 자고, 못 먹고, 연속으로 일을 하면서 자신감을 잃었다. 그때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의심을 했다. 장사는 잘되었지만 잘되는 장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잘못 나간 택배, 습기가 차서 상해버린 빵, 중요한 재료가 빠진 빵까지.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올 때마다 눈물을 쏟았다. 주문 건수가 올라 가는 것 을 보며 그만한다고 할까, 사이트를 내릴까 고민도 했다. 괜히 시작했나, 나는 여기까지인가 스스로 자책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 위에서 어린 아이처럼 울어버렸다.
p.69
 
 
// 이 구문에서는 사업을 처음 시작한 대표의 힘든 현실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이것만 보고는 직장인이 상사의 비위를 맞춰준다거나 하는 등의 단점을 박차고 밝은 미래를 보고 처음 시작한 사업의 어두운 면모를 보고 차라리 직장에서 돈 받는게 낫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나는 이 구문을 읽고 반대로 생각했다. 어차피 나도 회사에서 실수한 일들에 대해 유관 부서의 문의 전화가 올때마다 아차 싶지만 유관 부서의 공격적인 말들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늘어나는 업무량을 보며 더이상 못하겠지만 빨리빨리 쳐냈던 순간들, 그만해야 하나 라는 마음으로 현 부서에서만 수년(6여년) 넘게 일해왔는데. 회사를 위해 몸바쳐 일할 게 아니라 나의 브랜드, 나의 사업을 위해 몸바쳐 일하는거나 뭐 크게 다를거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월세 75만원인 경기도 구리의 10평 남짓한 공방인데도 그러한데, 그 75만원이라는 월세는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그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더 가게 홍보도 하고 더 메뉴개발도 하고 고객분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소통하고 따뜻한 정을 나눠서 입소문 나게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분은 자신이 없었다. 계속 고민을 해봐야 겠구나.
 
 
 
 한번은 정말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이를 악 물고 빵을 만들고 있었는데, 오븐에 붙어 있던 타이머가 울려 꺼낸 빵의 모양이 엉망이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빵을 꺼내들고 몇 분을 계속 쳐다보았다. 고요한 공간에서 기계만 계속 돌아갔다. 그렇게 빵을 보다 뚝뚝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빵을 다시 만들 체력도, 더 이상의 재료도 없었다. 빵이 무슨 잘못일까, 정신없이 일하다가 재료를 까먹은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서 소리치고 싶었다.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원래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역시 바닥까지 가봐야 사람의 본모습이 나온다더니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오늘 하루 다 끝낼수 있을까? 출근하기 전부터 긴장을 했던 나에게, 몇 달간 강제로 1일 1식을 하고 있는 나에게, 매일 3~5시간만 자며 일한 나에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서럽다고, 억울하다고 말하며 울고 또 울었다. 하지만 무심한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택배를 보내야 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다.
 눈물은 계속 흐르고, 빵 만들 시간은 부족하고... 그래서 수영 고글을 쓰고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망한 빵을 버리지 않고 포장해버렸다. 정신이 반쯤 나가 있었던 것 같다. 포장을 하면서 터질 것 같은 방광에게 제발 좀 버티라며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수많은 상자에 테이프를 붙이며 송장을 붙이며 또 울어버렸다. 그렇게 택배를 보내고 엉망이 된 공방을 치우고, 집에 돌아와 밥을 먹으며,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다음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전화가 왔다. 빵에 대한 컴플레인이었다. 인터넷 카페에는 내가 만든 빵을 욕하는 글이 올라왔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전문성도 장인 정신도 그 무엇도 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부분이 없었다. 나는 죄송하다며 전화를 걸어 사과를 드리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문을 올렸다. 
 사업을 시작한 첫 달부터 자신감도 체력도 눈물도 바닥을 쳤다. 그런데 하루는 고객에게 죄송하다고 전화를 한 나에게 '괜찮아요. 써니 씨, 블로그 때무터 팬이었고 지금도 응원하고 있어요. 잘못 도착한 빵은 천천히 다시 기다릴 수 있으니 스스로 자책하지 말고 힘내요! 빵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온기를 불어넣어 주셨다. 어떤 분은 나중에 나처럼 비건 빵집을 하는 게 꿈이라며 빽빽하게 쓴 편지 두 장과 선물을 주며 기분 좋은 부담감을 안겨 주셨다. 이렇게 매달 응원을 받다 보니 지금 매장 벽에 붙어 있는 편지만 수십 장이다.
 p.71
 
// 블로그에 가보니 지금도 한번씩많이 힘드신 것 같던데, 사업이 정말 쉬운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많은 팬분들이 있어 그나마 든든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써니브레드를 시작하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빵을 만들어야 했기에 화장은 사치가 되었다. 고객을 응대할 때도, 미팅을 갈 때도 시간에 쫓겨 화장을 내려놓았다. 신기한 게 나에게 있어 더 이상 누군가에게 예뻐 보이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빵을 잘 전달하는 것, 더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 내 사업을 잘 소개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p.75
 
 
// 역으로 생각하면 나는 누군가에게 아직 예뻐 보이고 싶다. 그러려면 이런 빵 만드는 가게나 카페가 아니라 직장을 다니는 현재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예쁘게 꾸민 모습으로 팀원들을 맞이한다면 팀원들도 보기 좋아할 거고, 미팅을 할때도 예의를 차릴 수 있고, 나도 내 모습을 보고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이려면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야 한다. 육수가 보글보글 끓으면 된장을 풀고 감자, 애호박, 두부, 양파, 청양고추, 버섯까지 듬뿍 넣고 끓인다. 빠진 재료가 없으면 너무 좋겠지만, 인생이란 게 매번 빠진 것 없이 준비되어 있을 순 없다. 가끔은 두부가 없을 때도 있고 또 어떨 땐 된장이랑 애호박만 있을 때도 있다. 그래도 된장이 들어간다면 된장찌개는 된장찌개다. 언제나 완벽할 필요는 없다. 레시피에서 중요한 기본 재료만 준비되어 있다면 생크림이 없다거나 과일 토핑이 다르다고 케이크를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니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인생 레시피도 요리 레시피처럼 여유롭게 생각해야 한다. 비록 스케줄이 바빠 모든 촬영과 미팅에 에너지를 200% 쏟을 순 없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p.95-96
 
// 이 문구를 보고 된장찌개를 만들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촬영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자기가 나온 영상을 보는 것도 힘들어 하던데 써니 님은 정말 즐기시네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내가 걱정하고 스트레스받고 신경 쓴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없으니까. 가끔은 촬영 팀에서 오케이만 해주면 맨얼굴로 촬영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촬영이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고 말을 버벅거려도 괜찮다. 사용 가능한 재료가 남아 있기라도 한 것에 감사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내가 가지고 있는 재료로 최고의 레시피를 만드는 거니까. 매일 완벽할 수 없고 더불어 준비를 완벽하게 해도 100% 만족한다는 보장은 없다. 조금 부족하다고 다가운 기회를 차버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즐기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멋진 레시피가 완성되기도 한다. 이렇게 몇 번이고 부족한 재료를 이용해 만족스러운 레시피를 만들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레시피가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p.97
 
 
 
 미리 재료를 사놓으면 되지 않느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끔은 재료가 품절되기도 하고 또 못 본 사이에 상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럴 땐 머리를 부여잡고 스트레스받기 보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게 좋다. 정말 중요한 레시피는 제대로 준비해서 만들면 된다. 그럴 여유가 없을 땐 그냥 있는 재료로 뭐라도 해먹으면 최고 아닌가. 두부 없는 된장찌개도 맛만 좋더라.
p.98
 
 
 무슨 말을 해도 부정적인 추임새를 넣는 사람들이 있다. 무언가를 도전해볼 예정이라고 말을 하면 걱정을 한답시고 기운 빠지는 소리를 하는 그런 사람. 내가 현실감 없는 어린 아이라고 생각하는 듯 '다 너를 위해 하는 소리.'라며 훈수를 둔다. 그냥 하고 싶은 게 생겼고 그걸 하겠다는 말인데. 의견을 물어본 게 아닌 데도 말이다. 타인의 말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가끔은 듣고만 있지 말고 조용하라고 말해야 한다. 꿈을 이루는 데 있어서 우리는 많은 간신들이 필요하다. 스스로도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자주 흔들리는데 옆에서 응원해주고 힘을 북돋아 줄 그런 간신 친구가 최고다.
p.99-104
 
 
 그런데 어느샌가 매일 다른 업체의 페이지를 들여다보며 염탐을 했다. 그리고 질투로 속을 갉아먹었다. 저기는 저렇게 잘되는데 왜 나는 이정도일까 생각하며 말이다. 신기하게도 미국 속담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처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장님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고 공감하셨다. 다들 소셜미디어만 보면 나보다 다 나은 것 같고, 나만 뒤쳐지고 있는 것 같다고. 페이지에는 좋은 내용과 잘되는 모습만 올리기 때문에 정말 어떤지는 본인만 알고 있다고. 사장님들도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똑같이 질투하고 부러웠다는 말을 했다. 그렇게 질투하던 사장님이 같은 고민을 나누는 동지가 되었다.
p.106-7
 
 
 
 항상 내가 앞설 순 없다. 내가 스타트를 끊었다고 항상 우위에 있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뒤쳐진다고 해서, 한 번 넘어진다고 해서 끝난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경쟁 업체와 경쟁을 하지만 경쟁이라고 볼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나의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식문화와 식품 제한에 대한 지식을 알리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질투를 안 하는 건 아니다. 질투가 필요 없다는 걸 알지만 어리석은 인간이라 여전히 질투를 한다. 대신 지금은 그냥 즐기거나 피해버린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를 하고 감사할 수 있기를, 내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노력하고 있다.
p.107
 
 
// 이 문구를 보고 그나마 좀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오랜 기간동안 잘 안 되어 힘들던 일이 한 가지 일이 있었는데, 누군가는 그게 너무 수월하게 성공하여 인스타그램이나 카톡방에 올리는 내용이 좀 상처가 된 경험이 쌓이고 쌓여 마음이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우위에 있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고, 이번 일이 잘 안된다고 해서 끝난 것도 아니고, 나의 목표는 그 일만 잘 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져버려야 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되 내 일이 언젠가 잘 되겠지. 하는 긍정적인 마음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너무 경쟁 과열의 상황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 그런 상황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게 되어 버린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 3줄로 이렇게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 좋았고, 나의 상태를 책으로나마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만약 나 혼자서 글루텐프리 시장을 독점했다면 식품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었을 것이다. 나 말고도 멋지고 맛있는 곳이 생기면서 관심에 불이 붙어 지금처럼 크게 될 수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아직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 경쟁 업체와 써니브레드를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고객 덕분이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면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배우고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사람이라 질투라는 감정이 없을 수 없고 스스로를 남과 비교하는 습관을 한 번에 고칠 수도 없다. 다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걸 알면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다. 경쟁을 하지만 서로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항상 간직하고 있는 것. 서로의 실수와 발전을 통해 배워가고 또 멋진 목표를 공유하는 것. 성장하는 길에 엎치락뒤치락하겠지만 누구를 망하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자극제가 되어 멋진 문화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달리는 것.

p.108
 
// 말은 쉽지만, 마음을 그렇게 먹기까지가 좀 어려운 거 같다.ㅠ
 
 
 

 내가 받는 감정 쓰레기를 혹여나 타인에게 버리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일단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모든 고객 응대는 진심을 담아, 그리고 통화 그 이상을 이해하는 것. 상황보다 그 이상으로 화를 내는 분들이 있으면 속으로 '얼마나 힘든 하루를 보냈으면, 얼마나 행복한 일이 없으면 감정 쓰레기를 쏟아내는 걸까.' 생각하며 나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에게 던져진 감정 쓰레기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했다. 오늘은 이런 말을 들었는데 조금 상처가 된 것 같다고, 타인의 감정 쓰레기에 맞아 내 소중한 하루를 망치기엔 내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운동, 수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도 갖고, 고객 응대가 끝나면 내가 감사하는 것, 그리고 내 인생이 왜 행복한지 작은 것이라도 천천히 나열했다. 그렇게 내가 받은 감정 쓰레기를 타인에게 또 다시 던지는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직장에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며 감정 쓰레기를 던지는 상사가 있다면 생각해보자. 그는 얼마나 행복하지 못한 걸까? 상사의 상사에게 얼마나 깨지기에, 혹은 집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기에 저러는 걸까? 감정 쓰레기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인 걸까? 감정 쓰레기를 남에게 던지다 보면 또 던진 사람들에게서도 감정 쓰레기를 받고, 멀어지고, 나중엔 주변에 아무도 없을 텐데 말이다. 
 화를 내고 감정 쓰레기를 마구잡이로 던지는 사람은 그 어떤 이유로도 이해받을 수 없다. 우리도 감정 쓰레기 때문에 똑같이 감정 쓰레기를 던지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낼 때가 있다면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내가 싫어하는 그런 사람들처럼 되지 말자 다짐하며 나는 매일 고객 응대 감정 쓰레기를 처리한다.
 나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은 고객 응대를 하면서 감정 쓰레기를 받고 회사원은 직장 상사에게, 몇몇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감정 쓰레기를 받는다. 감정 쓰레기는 재활용처럼 돌고 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감정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 날은 있다. 상사에게 받은 감정 쓰레기를 나에게 푸는 남편이 있을 수도 있고, 금전적으로 힘들어서 스트레스를 감정 쓰레기로 던지는 엄마가 있을 수도 있다. 자격지심에 감정 쓰레기를 던지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을 욕하며 똑같은 사람이 되지 말자. 안쓰럽게 여기며 위로해줄 수 있으면 위로해주고 이해해주자. 그리고 스스로 돌아보고 감정 쓰레기를 받는 쓰레기통이 되지 않도록 긍정적으로 그리고 휩쓸리지 않게 나를 굳건히 지키자.
p.132-134
 
 
// 이 부분은, 힘들때마다 두고두고 여러번 읽어야 겠다.
 
 
 
 
 레몬 번트 케이크 레시피
[재료]
아몬드 가로 280g, 써니브레드 멀티 믹스 30g, 비정제 수수당 50g, 베이킹파우더 3g, 베이킹 소다 2g, 소금 1g, 레몬 퓨레 40g, 레몬 제스트 3g, 달걀 3개
[만드는 법]
1. 오븐을 180도로 예열해주세요.
2. 가루 재료를 곱게 체에 친 후 깨끗한 볼에 담아 골고루 섞어 준비합니다.
3. 다시 깨끗한 볼에 달걀 3개를 풀어준 후 레몬 퓨레와 레몬 제스트를 넣고 잘 섞어주세요.
4. 과정3에 가루 재료를 세 번 나눠서 섞어주세요.
5. 번트 팬은 버터와 기름을 칠하고 글루텐프리 가루로 더스팅을 하고 반죽은 부어줍니다.
6. 오븐에서 30분 구워주세요.
p.143
 
 
 
 

 이건 참 부끄러운 기억인데 경기도 구리의 작은 공방에 있었을 때 다른 업체와 미팅을 하게 됐다. 매일 3~4시간 밖에 잠을 못 잤다는 핑계로 미팅이 너무 하기 싫었다. 피곤함에 실수란 실수는 다 하고, 같이 일하던 친구와도 말다툼을 했다. 일을 끝내고 미팅을 하러 다른 업체 직원 분들이 왔는데 나는 제대로 웃지도, 대답도 하지도 않았다. 너무 창피하고 죄송한 일인데 그 당시에는 내가 피곤하다는 것, 그리고 내 기분이 상했다는 게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걸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만큼 티를 냈다. 친구도 미팅 온 직원 분들도 당황한 듯했다. 그게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이었는지 피곤함이 풀리자마자 바로 느꼈고 사과를 했다. 그 후 나는 기분이 안 좋거나, 피곤해서 에너지가 다운되면 그걸 숨기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빵처럼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었다. 일단 힘들고 나쁜 감정을 숨기기보단 빨리 좋은 감정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운동선수들이 대회 전 정신과 육체 둘 다 준비시키듯 나도 빵을 만들기 전에 컨디션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노력했고, 먹는 음식도 더 건강하게 바꿨다. 최대한 집에서 좋은 재료로 요리를 하고 조금 자더라도 규칙적인 시간에 맞춰 취침하고 일어나길 반복했다. 일이 끝나면 아무리 힘들어도 운동을 하러 가거나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 근처 공원에서 달리기를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나면서 체력의 여유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그러다가도 기분이 안 좋거나 체력이 부족해 스스로가 예민하다고 느끼면 바로 해결책을 찾는다. 짧게나마 밖에 나가 걷다가 돌아오거나 달달한 케이크를 먹거나 글을 쓴다. 이렇게 조금씩 나만의 노하우가 생기면서 감정 조절이 조금 쉬워졌다.  예전에 빵을 만들 땐 빵이 손을 타서 내 감정을 느꼈다면 지금은 고객, 직원, 가족들과 써니브레드 매장 전체가 느낀다. 더 무서운 건 빵은 감정이 없어서 괜찮지만 지금 주변엔 내 감정을 느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나로 인해 분위기가 싸해지기도 하고 매장이 밝아지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이기에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매일 행복할 수 없고 하루하루 다양한 감정으로 일을 하게 된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선 스스로를 잘 관리하고 보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날의 감정이 나비 효과로 하루를 최악의 날 혹은 최고의 날로 바꿀 수 있다.

p.145-7
 
 
 
 
 빌 게이츠에게는 독서가 힐링이라고 한다. 너무 힘들 땐 스트레스를 풀러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별장에 홀로 몇십 권의 책을 들고 몇날 며칠을 독서만 하다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내 기준에 빌 게이츠는 쉴 때도 하루 한 시간, 빠짐없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기하게도 주변 사람들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한다. 어떻게 안 쉬고 매일 열정적으로 달리냐고. 나도 스스로가 대견할 만큼 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릴 때가 있지만 그러다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있을도 많다. 다만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행동이 일기 쓰기, 블로그, 소설 쓰기, 스케줄러 쓰기, 베이킹 관련 유튜브 보기, 다큐멘터리 보기, 미드 보기, 베이킹하기라서 옆에서 보면 자기계발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 행동은 나에게 있어 그냥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게임, 음주, 쇼핑과 별반 다를 게 없다.
p.149
 
 
 
빵은 각기 다르지만 식빵이나 크루아상은 갓 나온 아이들이 맛있고, 파운드나 케이크는 식은 후 적당한 온도에서 먹는 것이 맛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가장 맛있는 시기를 놓치면 아쉬워지기 마련이다.
p.186
 
 
 
   
 대학교 1학년 때까지는 무슨 일을 하던 날씬해진 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새 옷을 사고, 예쁜 옷을 입는 것부터 먹고 싶은 음식을 허용하는 일까지. 누군가와 만나고, 연애를 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도. 마루고 날씬해야만 세상이 나를 제대로 봐줄 것 같았다. 그렇게 이것저것 미루다 보니 내 인생도 소중한 젊음도 함께 미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미뤄진 건 나 자신뿐이었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나는 내가 가장 빛날 수 있는 시간을 하루하루 낭비하고 있었다. 맛있게 먹으라고 나에게 건네준 따끈따끈한 청춘이라는 크루아상을 나중에 먹겠다며 매일 킵해놨다. 하루하루 쌓여가던 크루아상은 서서히 차갑게 말라 비틀어져갔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먹으려고 보니 크루아상 하나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해 곁에 있던 신선하게 구워진 크루아상까지 먹을수 없었다. 눈물을 머금으며 크루아상들을 모두 버렸다. 더 늦기 전에 매일 맛있을 때 크루아상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23살부터 젊음을 아끼지 않고 가장 빛이 날 수 있도록 살았던 것 같다.
p.186-186
 
 
// 지금 내 상황을 얘기하는 것 같아. 내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문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