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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리의 겨울이 호주의 여름을 만나면, 최화영

작가 소개
1983년생.
대기업 개발자로 4년, 대학에서 13년째 일하고 있다.
잠시 휴직하고 아이들과 호주 두 달 살기 경험을 글로 썼다.
캠핑과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 토끼 같은 두 아이와 산다.
독서와 산책을 즐기는 ENFP 활동가이다.
 
인스타그램 @dai1ylife
블로그 blog.naver.com/livelikefirst
 
 
 
느낀 점
 애착 책처럼 호주 여행 하며,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골드코스트까지 알차게 들고 다녔던 책
(덕분에 남편의 백팩이 매일 매일 0.5kg 정도 더 무거웠을 테다. 고마워 남편-)

 나의 호주 여행에서 그녀의 호주 여행 스토리를 오버랩 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골드코스트에서 40년 인생 최고의 일몰을 만났다는 작가의 말에 인상 깊어, 흐린날 당일치기로 방문했던 골드코스트에 관광지를 조금 벗어난 물가에서 기억에 남은 일몰을 보며 작가가 한 말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가자는 말을 못할 정도로 엄마가 일몰이 흠뻑 빠진. 그런 일몰이 과연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될 것 같은, 기억에 남는 우리의 호주 마지막 날의 일몰을 보며 날이다.

책 속의 작가가 가끔 인연들을 언급할때가 있었는데 호주 여행을 하며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한국에 있는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깊게 닿지 않은 인연들이 생각났다. 그 인연들은 우리 또래의 카페 사장이거나 내가 자주 가는 카페 직원이다. 카페와 커피를 좋아하는 덕에 동네에 자주 가던 카페가 두어 군데가 있는데, 한 군데는 내가 자주 방문하여 치즈 케이크도 한번 무료로 제공해 주시던 - 조용하지만 속정이 깊어보이던 직원이 생각났다.
호주의 카페에서 플랫화이트를 먹을 때마다 생각났던 또다른 카페도 종종 생각났다. 호주의 카페들이 플랫화이트를 제공할 때 주로 사용하던 찻잔과 이케아 물컵 같은 커피잔. 이 셋트를 자주 사용하던 한국의 우리 동네 카페의 사장님.
 
 막상 한국 돌아가서 그 인연들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던가, 안부를 묻는다던가 등의 일은 못할 것 같지만 그래도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용기를 내어 본다. 
 
 
이번 호주 여행에서는 J처럼 계획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사전 공부도 제대로 못했었다. 그렇지만 꽤 넉넉한 시간동안 여행을 했기 때문에 큰 문제나 아쉬움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에는 꼭 4-6개월전부터 미리 충분히 사전 Study와 루트, 꼭 가봐야 할 곳, 꼭 사야할 것들을 정한 뒤, 책 속의 최화영 작가처럼 시뮬레이션도 해 보고 싶다. 어떤 곳을 가고 싶은지, 어떤 것을 사고 싶은지, 어떤 것을 먹고 싶은지 1 Page로 깔끔하게 한눈에 보이게 잘 정리(예습)을 해서 말이다.
 
 

여행이란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일이다.
 
 

호주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라운지에서 밥을 먹고 디저트/커피를 마신 뒤 탑승 시간을 기다리며 읽었던 날



// 항공권 예약 후 여행 시뮬레이션이라…
나도 다음 여행에는 그 나라 여행을 가서 어떤 것들을 꼭 하고 싶은지, 어떤 곳을 꼭 가보고 싶은지, 어떤 것을 꼭 사고 싶은지 To Do List 를 1 Page 로 작성해서 잘 정리해서 가지고 다니며, 실행해 나가고 싶다. 관련된 책과 영화도 많이 보고 기록해 놓고 가서 체크해 보고 싶다. 이번 호주 여행에서는 미리 공부해 가지 못한 것들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 해질 무렵 나도 마침 미술도구가 생각났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그 찰나의 모습을 색깔로 그려보는 것이다. 특히 호주 여행 마지막 날 노을에 지는 야자수를 보며 생각했다. 색연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 책 속에서 몇번 언급 되었던 VB 맥주는 마시지 못했지만, 멋진 야경과 함께 마셨던 Tap beer 는 오래도록 생각이 날 것 같다.



시드니 보타닉 가든 공원에서 돗자리 깔고 누워 읽던 날



직장에서도 잘 묻지 않고 일을 처리하다가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묻는 게 귀찮기도 하고, 이런 기본적인 걸 묻는다고 타박을 받을까 봐 묻기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어보는 일은 실수를 줄이고 나를 더 나아가게 한다고 아들에게 천천히 말해줬다. 대부분의 경우 질문을 받는 쪽도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보람을 느낀다. 인간에게는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기여욕구가 있고 그 욕구는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 때때로 나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에게 일부러 조언을 구한다. 살아온 날들의 경험을 이야기하시는 동안, 잠깐이지만 어르신들의 눈빛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호주의 카페가 왜 3시면 문을 닫는지, 호주는 어떻게 영국의 식민지가 됐는지, 버스에서 장애인이 탈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배려하는지 등 평소 눈에 보이는 것들을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눴다. 모르는 내용이 생기면 함께 검색해보기도 했다. 나는 호주 계란을 젤리처럼 탱글한 맛이 난다고 했고 아이들은 호주의 일몰을 솜사탕 같다고 했다. 작은 표현에도 감탄했고 사소한 주제에도 정성껏 대화를 나눴다.
p. 159




바라만 봐도 입에서 침이 고이는 달콤한 초콜릿, 푹신한 빵 위에 곁들여진 생크림과 딸기, 치즈케이크, 미트파이, 샌드위치와 연어카나페 등은 두 시간 동안 천천히 음미하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이걸 다 먹고도 내가 무사할까 싶었다. 조각낸 음식의 맛을 하나씩 음미하는 쾌락에 호사스러웠다.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나 찬찬히 살피기도 하고, 각자가 먹었던 특별한 디저트 경험을 풀어내기도 했다. 차와 디저트로 배가 잔뜩 부른 나는 다정하게 말했다.
“꼭 와보고 싶었는데, 같이 올 친구가 생겨 너무 감사하네요. 지윤씨는 참 좋은 사람 같아요. 아이들도 이모가 좋대요.”
“아… 제가 더 감사한 걸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주위에는 정말 좋은 분들이 많아요. 주위에서도 제가 인복이 많대요.”
아름다운 숙소의 야경을 함께 감탄할 맥주메이트가 생겨 기뻤다. 친구 없이 혼자 지내다 보니 가끔은 같이 놀 사람이 생각난 나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었다. 네 번이나 밤맥주를 함께한 사이가 되고 보니 만날수록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진 것이다. 함께일 때는 아이들을 나보다 더 잘 챙겨줬다.

인복이 많다는 건 그만큼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말해줬다. 좋은 사람 옆에 있으면 그 사람이게 물들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지윤은 이침에는 산책메이트로, 밤에는 맥주메이트로, 내가 더 좋은 언니가 되고 싶게 만들었다.

긴 여행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바랐다. 한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역사를 비롯한 우주가 함께 딸려오는 일이다. 특히,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은 평범한 일상을 벗어날 용기를 지닌 사람일 확률이 높다.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살아 있는 책 한 권을 읽는 일처럼 내 인식의 한계를 넓힌다. 현지인을 만나 영화 같은 만남을 이어가는 상상도 해봤고 나 같은 처지의 사람을 만나 여행의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내가 호주에 오기로 마음 먹은 일이 가볍지 않았듯 지윤의 여행도 생의 전환점을 앞둔 도움닫기였다. 우리는 이 책의 제목이 될 뻔한 명랑한 호주 여행자들이었고 여행을 마칠 때까지 서로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p.174





문득 삶은 누군가 시작한 것 위에 내가 뭔가를 더 얹어 채워가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4남매 중 막내인 나는, 언니들과 오빠가 내게 좋은 시작을 많이 보여준 덕분에 어렵지 않게 성공이 이른 일들이 수없이 많았다.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와 그 밖에 SNS 속 타인들까지, 나의 시작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앞서간 누군가가 마련해둔 발판을 안전하게 밟으면 든든해진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앞선 이들의 수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든 것을 전부 나 혼자 이뤄낸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지만, 사실은 누군가의 시작에 얹어 이뤄낸 것이니 말 그대로 숟가락만 얹은 나는 겸손해져야 한다.
앞으로도 내 삶은 ‘처음의 릴레이’ 를 이어가며 단단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갑자기 힘이 났다. 천을 꼬다가 앞으로 아아가는 삶의 비밀을 체득한 사람처럼 기뻤다. 다시 호주에 가야겠다거 마음먹은 일도 내가 시작한 17년 전 과거에 현재를 얹은 일이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누군가의 처음을 응원하기 위함이다. 20대에 살았던 호주를 아이들과 다시 찾은 나의 이야기가 망설이는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기를, 이것이 누군가의 처음을 만나 또 다른 처음으로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p.248
 
// 지금의 나를 있게 발판을 미리 마련해준 누군가 (가족, 친구, 직장동료, 그 밖의 SNS 속 타인들까지) 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괜히 고마워지게 만들어 주는 글귀였다.
 

골드코스트행 기차를 타기 전 페리 위에서 아름다운 노을과 포개지는 스토리브로지를 감상하며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하루 만에 이 모든 게 가능하다니, 혹시 브리즈번 시계탑이 우리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마법을 건 게 아닐까?
p.249

// 하루면 돼, 브리즈번 이라는 제목과 같이 하루만에 브리즈번 관광이 다 가능해져서 신기했다. 더욱이 멜버른에서 브리즈번으로 날아온 우리는 물리적 시간은 1시간 지났지만, 시계추의 시계는 다시 한시간 돌아간 것을 내 눈으로 목격하곤 1차 신기함을 겪었었는데,  시드니/멜버른보다 더 크게 할 게 없었던 브리즈번에선 이곳 저곳을 다 가봐도 아직 5시가 훌쩍 넘지 않았다는 사실에 2차 신기함을 겪게 해주었다. 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했다. 혹시 브리즈번 시계탑이 우리 시간을 느리게 흐르도록 마법을 건 게 아닐까? 나도 동일한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